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나요?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주연의 2023년작 일본, 독일 합작 영화.
빔 벤더스 감독 개인적으로는 최고 흥행작이었던 '부네아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을 넘어 최고 히트작이 되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일본 이상으로 흥행을 기록했다고 한다.
제76회 칸 영화제에 경쟁 부문 초청되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에는 2024년 7월 3일 개봉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념해서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가와 디자이너 16명이 설계를 맡아서 도쿄 시부야구에만 모두 17개의 화장실을 만들었습니다. 안도 다다오와 이토 도요 같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일본인 수상자가 4명이나 포함되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터져 도쿄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치뤄지면서 이 프로젝트도 전혀 홍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 내용을 평소 친일본 영화감독인 빔 벤더스에게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이뤄졌고, 빔 벤더스가 일본에 왔는데 화장실을 보면서 바로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SYNOPSYS ]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 CHARACTERS ]
- 히라야마 (야쿠쇼 코지) : 주인공, 시부야의 공중화장실 청소부. 과묵한 성격으로 수많은 다양한 화장실을 매일 청소하고 다닌다. 올드팝 감상, 독서, 분재, 필름 카메라 촬영 등 고급스러운 취미를 즐기는 지적인 모습을 보이며, 과거에는 현재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거란 암시가 나오지만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 타카시 (에모토 토키오) : 히라야마의 동료 청소부. 히라야마보다는 나이가 어리다.
- 니코 (나카노 아리사) : 히라야마에게 불쑥 찾아온 조카.
- 홈리스 (다나카 민) : 히라야마와 기묘한 연결고리를 가진 도시의 노인, 노숙자.
- 토모야마 (미우라 토모카즈) : 선술집 여주인의 전남편.
- 마마 (이시카와 사유리) : 히라야마가 휴일에 가는 선술집의 여주인.
- 아야 (야마다 아오이) : 타카시의 여자친구. 타카시가 아야짱이라고 부른다.
- 케이코 (아소 유미) : 히라야마의 여동생.
- 책방 주인 (이누야마 이누코) : 히라야마가 단골로 들르는 책방의 주인.
- 사토 (안도 타마에) : 타카시의 후임 청소부.
[ REVIEW ]
한 마디로 Old & Wise다.
특별하지 않은 삶에도 희노애락은 존재하는 법.
일본풍의 구도자의 삶.
일상이 루틴으로 이루어지는 삶을 지키려는 사람이란 조금만 건드려도 무너지는 법이다. 무너지지 않으려 일상을 견고히 이뤄내는 것이다.
아침에 차에 올라타기 전에 마시는 자판기 Boss 커피가 매진되어 있다면 그것으로도 엄청난 상처를 받는 삶인 것이다.



그런 위태로움을 반증하듯 영화는 나무, 햇살, 바람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히라야마는 그것을 필름 카메라에 담는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필름을 현상해서 보지 않아도 초점이 맞은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들만 소장하는 것이다. 아마도 그가 사랑하는 것들의 '변함'에 크게 상처를 받았음에 분명하다. 그 '변함'에는 '죽음'도 있었을 법하고, 자신의 결혼에 대한 존경했던 아버지의 반대도 있었을 법하다.
주인공에 대한 이런 묘사는 헤밍웨이의 소설이 생각나게 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노래 하나 빼고는 전부 아는 노래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또한, 음악 사운드는 음악 영화의 거장인 빔 밴더스 답게 아주 훌륭했다. 이 글의 마지막에 이 영화에 사용된 사운드트랙은 따로 소개하겠다.
[ KEYWORD ]
바흐의 변주곡 같은 일상
주인공 히라야마 역을 맡은 아쿠지 코지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정말 다큐멘터리처럼 거의 시험 없이 실전만 반복해서 찍었기 때문에 마치 그곳에서 진짜 생활을 하는 것 같은 촬영이었습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지금의 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살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습니다"
한편, 빔 밴더스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규칙적인 리듬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똑같지 않으며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흐의 음악은 철저히 예상되기 때문에 안정감을 준다. 우리의 일상이 바흐의 음악처럼 흘러가면 우린 행복한 것이다. 일상이 베토벤같아서야 되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약간의 조옮김이 사실을 매일 반복되는 것이다. 바흐의 변주곡.
조카와 함께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목욕탕에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저녁 먹으러 가는 길에 히라야마가 조카에게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퍼텍트 데이즈 포스팅을 마친다.
이 글의 마지막에는 쿠키(?) 글이 있다.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 SOUNDTRACK ]
- The House of the Rising Sun - Animals (1964)
- Pale Blue Eyes - Velvet Underground (1969)
- The Dock of the Bay - Otis Redding (1968)
- Redondo Beach - Patti Smith (1975)
- Sleepy City - Rolling Stones (1964)
- Perfect Day - Lou Reed (1972)
- 靑의漁 - 카네노부 사치코 (1972)
- Sunny Afternoon - Kingks (1966)
- Brown Eyed Girl - Van Morrison (1967)
- Feeling Good - Nina Simon (1965)

용기와 분수 by 소우 후지모토 (출처 디자인플러스)

Hi Toilet – a “contactless” toilet by 카주 사토 (출처 디자인플러스)

도시 불빛의 화장실 by 준코 코바야시 (출처 디자인플러스)

세 개의 버섯 by 도요 이토 (출처 디자인플러스)

…With Toilet by 마일스 페닝튼 (출처 디자인플러스)

AMAYADORI by 안도 타다오 (출처 디자인플러스)

모호한 공간 by 반 시게루 (출처 디자인플러스)

숲 속 산책 by 쿠마 켄고 (출처 디자인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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