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든 정시든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대학을 가려고 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그런 욕망(나쁜 의미 아닙니다)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심지어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정신이 피폐해 지기까지 하면서 오늘도 애를 쓰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대학을 조금이라도 높은 대학을 가는 게 미래를 생각하면 맞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욕망을 실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는 경우를 또한 봅니다.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업역량'입니다. 높은 대학일수록 자기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인지 즉, 낙오되지 않을 정도의 역량을 가진 학생인지를 다양한 평가자료를 통해 평가를 하지만, 현재의 입시구조 내에서는 정량이든 정성이든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입시주체들간의 '학업역량'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학에서 말하는 학업역량은 '우리 대학의 모집단위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결과를 나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이 인지하는 학업역량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두 인식의 괴리가 욕망의 실현 후 '중도 탈락'이라는 새로운 고비를 만들어냅니다.
그러한 실제 예들을 약간 각색해서 전하고자 합니다. 아래의 예들을 보면서 '입학'에만 모든 목표를 맞추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번 학생과 점검해보길 바랍니다. 이 예시들이 결과만 중시하는 일부 고등학교 입시지도 선생님과 입시전문가들에게도 경종이 되기를 또한 바랍니다.
1. 일반고생의 연세대 잇단 자퇴
전남에서 열린 교사대상 연세대 수시전형 입학설명회에서 나온 얘기입니다.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에 한 선생님이 발언기회를 얻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해마다 2,3 명씩 연세대에서 선발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먼저 운을 뗀 뒤, 하지만, 그 학생들이 대부분 자퇴를 한다고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자퇴의 이유는 바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곤 연세대에서 그런 학생들을 위한 도우미 프로그램 또는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은 없는지 여쭤보셨습니다.
2. 특성화고생 아주대 자퇴
특성화고 전형으로 아주대를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수업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해 결국 자퇴하고 자영업을 해서 지금은 BMW도 몰고 다닐 정도로 성공한 학생의 이야기를 며칠 전에 전해들었습니다.
3. 중앙대 문헌정보학과에서 정치국제학과로의 전과
재수를 해서 중앙대 문정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일반고 학생이었고 원래 학생부는 교대와 정치외교 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외교는 불안해서 문헌정보학과로 낮춰(?) 지원해서 합격을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문헌정보학과의 교과과정을 1년동안 따라가다 보니, '데이터론, 정보학개론'등의 1학년 이수과목에서 좌절하고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게다가 2학년 때는 데이터 사이언스 개론과 데이터 시각화 등의 전공과목을 이수해야 하는데 그런 과목을 배운 다는 게 고역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원래 흥미있어 하던 정치국제학과로 전과를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흥미를 잃어버린 1학년 성적이 발목을 잡습니다. 그래서 2학년 때 학점을 잘 받아서 전과를 하려고 하지만, 이미 흥미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2학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져 버렸습니다. 흥미를 잃어버린 과목에서 학점을 잘 받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 입니다.
4. 경북대 논술로 불어불문학과 자퇴 후 공무원 준비
내신이 좋지 않아 논술로 응시를 했는데 마침 최저 충족인원이 많지 않아 어렵지 않게 불어불문학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한번도 접해보지 않았고 애초에 불어불문학을 전공할 생각조차 없었습니다. 그래도 합격을 했기에 2년동안 정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결국 휴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독서실로 오늘도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학과를 낮춰서라도 높은 대학교에 무조건 합격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경우에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이 나오겠죠.
제자가 얼마전 서울 중위권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삼성에 취업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학생의 노력에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고 싶은 전공을 택해서 힘들지만 재밌게 공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학업 역량과 현실의 괴리가 포기하고 싶어질만큼 너무 크지 않은 것도 좋은 결과를 낸 이유라고도 생각합니다.
서울대 사범대 중 특히 불어교육학과는 입학생과 졸업생의 차이가 매우 큰 학과 중 하나입니다.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하루도 아니고 4년동안 먹는 것은 고역입니다. 올드 보이의 최민식은 15년동안 군만두만 먹었지만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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